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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을 망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국의 안보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국가안보전략 (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했다. 내용을 읽어 보니 한마디로 절망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전략은 미국의 역대 어떤 대통령의 전략과도 다르다. 트럼프의 머릿속에 미국은 다른 국가가 가진 자원을 뺏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공동의 선이나 보편적 원칙 대신 미국적 가치만이 존재한다. 내가 모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을 '영원한 세계적 존재'라 지칭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이 "언덕 위에 빛나는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 미국은 더 이상 그런 존재가 아니다. 국수주의적이고 온 세상을 흑백으로 가른 '미국 우선주의'만 판치는 나라다. 이런 나라의 외교는 내가 살려면 너는 꿇어야 한다는 제로섬 게임 외엔 옵션이 없다. 그러나 세상의 현실은 그렇게 칼로 두부 자르듯 간단하게 재단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똑같이 미국의 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경쟁국이지 공인된 적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다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체제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해 정면 반대한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영토를 버젓이 강점하고, 시리아의 독재자를 비호하기 위해 시민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러시아야말로 미국의 적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주의자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하나로 묶으면서 중국을 먼저 언급하는 수법을 썼다. 그래야 중국은 증오하면서 러시아는 칭찬하는 '트빠'(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국수주의 세력)의 공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꼼수는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만 가깝게 만들어 줘 미국의 국익을 해칠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핵무기와 군축 문제에선 트럼프의 전략은 전통적인 공화당 대통령이 내놓을 법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핵 정책 등은) 미국 주류 정치의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이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을 확실히 포용하겠다는 건설적 내용도 있다. 그러나 '트빠'들은 멕시코 국경에 만리장성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의 황당한 반이민 정책을 NSS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골치 아픈 다자무역 협정보다 양자 협정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고질병도 NSS에 그대로 담겼다. 아시아 전역에 노골적으로 세력을 확장 중인 중국의 기세를 견제할 수 있었던 무기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를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런 어리석은 선택은 복잡한 세상을 이념으로만 판단하는 배타적 안보관을 형성시켰다. 트럼프의 NSS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들도 대놓고 무시한다. '인권'이나 '극빈' 등의 단어는 들어가 있지 않다. 고등교육과 에이즈 퇴치, 중동 평화 협상의 중요성도 논하지 않는다.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30세 미만 청년들의 인권이나 시민사회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내용도,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도 발견할 수 없다. 이렇게 요즘 국제사회의 표준이 된 기본 가치들이 빠져 버린 트럼프의 NSS는 결국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만 땅에 떨어뜨릴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몽땅 무시하면서 미국 편에 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의 NSS는 겉으로는 외교의 힘을 강조한다. 그러나 트럼프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작 미 국무부에 필요한 자원과 인재를 대주는 건 꺼린다. 또 트럼프는 언론의 자유를 찬양하면서도 툭하면 (NYT 등)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들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모욕하며 언론인들을 위협한다. 트럼프는 여성을 폄하하고 인종차별적 언어를 남용하며, 반유대 및 신나치 극단주의 비판은 망설이고 있다. 트럼프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위선과 모순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모순된 세계관을 최고라고 떠드는 것부터 구역질 난다. 역대 대통령마다 발표해 온 NSS는 미국의 영원한 유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역대 행정부의 전략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의 비전과 이해관계를 알고 싶은 세계를 위한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독보적인 군사·경제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미국이 가진 이상과 가치에서도 나온다. 지구촌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미국이 도덕적 권위를 놓치게 된다면 (중국 등) 경쟁국의 기세만 살려 주고 미국의 힘은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외쳐 온 '미국 우선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 아닌가.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 타임스 신디케이트 22일 게재 수전 라이스/전 유엔 주재 미 대사

2017-12-26

트럼프, 유엔 분담금 3억불 줄인다

유엔 총회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를 채택하자마자 미국 정부가 유엔의 분담금 규모를 크게 줄였다. 유엔 총회는 2018~2019 회계연도 유엔 관련 예산을 2억8500만 달러 삭감한 54억 달러로 책정했다고 AP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의 분담금 삭감 예고에 따른 조정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2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엔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미국의 우선순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의 유엔 분담금 축소를 강하게 주장했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분야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은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납부해왔다. 2016~2017 회계연도 예산 56억8000만 달러 중 전체 재원의 22%인 12억5000만 달러를 미국이 분담했다. 2억8500만 달러를 삭감하면 미국의 분담금을 약 23% 절감하게 된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의 비효율성과 낭비는 잘 알려져 있다. 예산 협상을 통해 재정 삭감과 더불어 유엔의 '비대한 관리 및 지원 기능 축소'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또 예산 삭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면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유엔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내던 분담금 또한 삭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내년부터는 다른 회원국들의 부담이 늘게 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PKO를 위해 연간 25억 달러를 지원했다. 전체 비용의 28%에 달한다. 이를 2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낸 지원금은 2~4위 국가인 중국.일본.독일이 낸 액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2017-12-26

트럼프의 엄포에도…유엔총회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 거부 결의안 채택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했다. 유엔총회는 21일 특별 본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지위에 대한 어떤 결정도 거부하는 이른바 '예루살렘 결의안'을 채택했다. 128개국이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9개국이 반대했다. 35개국은 기권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유럽 각국을 비롯해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서 안보리 표결에서도 미국을 제외하고 상임·비상임 이사국 14개국이 결의안 채택에 찬성입장을 밝한 바 있다.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유엔 회원국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했지만, 국제사회의 '총의'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유엔총회에서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미국 역시 193개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1표를 행사할 뿐이다. 반대표와 기권표가 40여 개국에 달했지만, 통상적인 유엔총회 표결에서도 20~30개국의 반대·기권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엄포'가 그다지 효력을 발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져가는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에 맞서 표를 행사하고, 유엔총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도이날 유엔총회장 연단에서도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2017-12-21

"예루살렘 결의안, 미국에 반대하면 이름 적겠다"

유엔총회 차원의 '예루살렘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노골적으로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예루살렘 지위에 대한 어떤 결정도 거부한다'는 내용의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미국의 '나홀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가운데 유엔총회는 21일 긴급회의를 열어 표결을 시도한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헤일리 대사는 19일 유엔 주재 각국 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표결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렸다. 헤일리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표결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20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목요일(21일) 우리의 선택을 비판하기 위한 표결이 진행된다"며 "미국은 (찬성하는 회원국의) 명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도 미국에 우리 대사관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그동안 우리가 도와준 국가들이 우리를 겨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유엔총회에서는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반대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193개국이 참여하는 유엔총회에서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팔레스타인은 이날 미국의 '위협'을 비난했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국제공항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내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라가 양심에 따라 정의를 위해 투표할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말리키 장관은 또 "미국이 각국의 주권적 결정에 위협을 하려고 서신을 보냈다"면서 "미국이 다시 심각한 과오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날 "미국은 각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서신을 발송, 이번 표결을 단순히 예루살렘에 관한 의사표현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 표시 성격으로 변질시켰다"고 분석했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2017-12-20

[이완홍 신부 칼럼] 예루살렘의 고통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인정이라는 뜬금없는 발언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일에 트럼프가 불을 댕긴 것이다. 그나마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던 예루살렘에 저항과 불만의 소리가 더 커졌고 더 큰 중동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곳으로 인정되어왔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군이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민감하고, 오래된 역사의 실타래를 누구도 함부로 풀 수 없기에 평화지대로 놓은 것이다. 이것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으니 화약고에 불을 지른 셈이다. 언젠가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처음 여행이었지만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 이스라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인들은 예루살렘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았다. 과거에 성지가 지금은 장사꾼들에게 점령당한 것을 보면서 실망스러웠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대 정책과 억압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10년 전만 해도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는 급여가 없었다. 여행객들이 주는 팁과 개인적으로 파는 영상물과 책을 팔아 수입을 얻는다고 안내하는 목사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일들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그들은 부당함 속에서 저항하며 살고 있었다.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같은 하느님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처량해 보였다. 거리마다 장전된 총을 들고 서 있는 소녀티를 못 벗어난 이스라엘 여군들의 눈에서는 적대적인 눈빛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죽음의 공포를 껴안고 살아가는 전쟁터에서 선량한 미소와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듯싶었다. 양측의 젊은이들은 불행한 역사가 만들어 놓은 비극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이었다. 서로 공존하며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산다면 모두에게 얼마나 좋은 일일까 싶다. 특히 예루살렘이라는 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종교적인 행위들을 하느님은 어떻게 보고 계실 것인가? 종교가 평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자기의 종교만 내세우며 남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어떤 행위들도 하느님이나 알라의 이름으로 정당화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유와 평화, 인류애의 정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다음 달 우리 교회 미국 신자들이 예루살렘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준비된 일이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국무부에서 어떤 여행지침이 나오는지 주시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는 나라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을 평화롭게 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다. 경제적으로 나아진다 해도 평화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미국은 매일 아침 뉴스 보기가 두려운 나라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고 떠들어대는 트위터에 따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분노하는 이슬람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불안해진 유대인들과 미국인, 모두가 지도자를 잘못 세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2000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이번 성탄절이 희망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한다.   이완홍 신부 / 메릴랜드 성공회 성요한교회

2017-12-20

유일신 3대 종교 성지 예루살렘은 '화약고'

구약시대 때 이삭 바치려 했던 곳 무슬림의 성지ㆍ유대인에겐 지성소 황금사원과 예루살렘성 둘러보면 종교 분쟁의 오랜 역사 품고 있어 중동 최대 불안요소로 꼽히는 지역 트럼프 발언, 잠식된 갈등 휘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발언으로 중동 지역이 들끓고 있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발원지다. 거대한 종교의 신념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면에는 무시무시한 갈등이 존재한다. 각자 신(神)에 대한 신념과 민족의 정체성이 얽히고 설킨 곳이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 수도로 주장하는 지역이라서 국제 관계 속에서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게 위험할 정도다. 본지는 지난 2013년 예루살렘을 직접 방문해 복잡 미묘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예루살렘의 '황금 사원'이 있다. 분쟁의 뿌리는 깊고, 종교는 갈등의 핵심이다. 이번 논란을 종교의 시각을 통해 알아봤다. 글·사진-장열 기자 이스라엘 전문가 이백호 목사(LA)는 "만약 중동 문제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그 자리가 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목사가 말한 '그 자리'는 예루살렘 중심부에 위치한 '황금사원'이다. 그만큼 민감한 곳이다. 지붕이 황금색으로 덮혀져 있어 예루살렘 어느 지역을 가도 멀리서도 눈에 띈다. 우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정부가 관할한다. 다만, 그 안에 황금사원만은 이스라엘이 '건드릴 수 없는(untouchable)' 지역이다.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이곳을 무하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고 있다. 하지만 황금사원은 모순의 지역이다.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민족 존립의 본질이다. 이스라엘의 중심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심장은 지성소(하나님이 임했던 장소)다. 구약 시대 때는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현재 이슬람 황금사원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 대한 소유 및 탈환을 두고 이슬람과 유대교간의 대립은 중동정세의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그러한 지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뇌관을 건드린 것이다. 황금사원은 이스라엘의 영역 안에 있음에도 유대인은 들어갈 수 없다. 무슬림을 제외하고 일반 관광객이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전신 검색 등 공항 수준의 까다롭고도 철저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방문객에게는 개장 시간도 하루 두 번 일정시간만 허용될 정도로 분위기는 삼엄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눈물을 흘린다. 지성소의 땅을 눈 앞에 두고도 들어갈 수 없어서다. 그들이 슬피 우는 장소가 바로 황금사원 밖 아래쪽의 '통곡의 벽'이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황금사원이 위치한 지성소의 재건을 그리며 눈물의 기도를 이어가는 곳이다. 율법에 따라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이 몰려 매일 벽을 잡고 통곡한다. 그들에겐 오랜 역사적 갈등이 내재한다. 대립은 구약의 이스마엘과 이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외부에서 이러한 역사를 단순히 해석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 아닌 거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역설의 도시다. 한 번도 평화가 깃든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땅의 소유를 두고 갈등과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된 곳이다. 시간을 돌려보면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은 예루살렘을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았었다. 기원전 63년엔 로마군에 함락된 이후 로마의 국교가 기독교가 되며 자연스레 기독교의 성지로도 자리매김했다. 638년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에 의해 함락돼 오랫동안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 현대로 거슬러 올라오면 제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영국군에 패하며 예루살렘 인근에 있는 팔레스타인 땅은 영국의 수중에 들어간다. 이어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지구와 아랍지구로 양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팔레스타인이 반발하면서 중동전쟁은 3차까지 벌어진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로서 영토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스라엘 내에서 둘레 700km의 큰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거대한 도시 수용소인 셈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늘만 뚫린 감옥'에서 산다.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이 없으면 장벽 밖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 다시 현대의 예루살렘 도시를 보자. 올드시티(Old City)라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체둘레 약 4018미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공존과 갈등의 역설이 축소판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성경속에 자주 등장하는 예루살렘 성은 지금 북적대는 시장통으로 변해버렸다. 성 내부는 현재 4개의 종교 지역(이슬람·알메니안ㆍ기독교ㆍ유대교)으로 구분돼 있다. 그 안에만 무려 2만 여명이 와글와글 살아간다. 황금 사원은 예루살렘 성내 동쪽에 위치해 있다. 물론 그곳은 이슬람의 지역이다. 예루살렘 성내로 들어가면 방문객의 관점에선 정신이 없다. 이슬람 지역에선 하루 다섯 번의 기도(살라트) 시간을 알리는 알림 방송이 곳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매번 쩌렁쩌렁 울린다. 성내라 그런지 울림은 더욱 크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대교 지역을 지나는 정통 유대인들의 얼굴은 그때마다 마구 일그러진다. 누군가에게는 기도의 시간,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시간이다. 그만큼 복잡 미묘한 곳이 예루살렘 성이다.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답이 없는’ 이 지역을 두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영역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독립시키자는 ‘2국가 체제’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중동 분쟁을 종식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으로 분쟁의 종식은 커녕 오히려 잠식돼 있던 분노를 휘저었다. 예루살렘의 사정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개신교계에서도 심층적, 역사적 이해 없이 황금사원 인근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땅 밟기 기도를 하며 사원을 돌거나, 공격적인 전도를 펼치는 행위에 대해 ‘미친 짓’이라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교계가 외치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유대인 전도 역시 그 대상에 대한 원론적 의미부터 명확한 정립과 인식도 필요하다. 이것을 국제적으로 확대해서 적용해본다면 예루살렘에 대한 단순한 이해는 중동의 ‘피바람’까지 몰고 올 수 있다. 그만큼 온 세계가 트럼프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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